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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 살면서 좋았던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일 년에 절반 이상은 이 도시에서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페스티벌은 국가에서 주최하는 유명한 축제 외에도
그냥 길을 걷다가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작지만 유쾌한 축제들 말이다.
한국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영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축제들이 정말 많았는데
오늘은 그중에서 베개 페스티벌을 먼저 올려보려고 한다.
바로 첫 사진에 있는 저 영국 꼬마 친구가 너무 귀여워서 아직도 기억에 선명히 남아있는 날이다.
이 날도 퇴근 후 버스를 타고 집을 가고 있는 아주 평범한 날 중 하나였다.
런던은 거리에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항상 버스를 타면 꼭 사진을 찍기 편하게 창가에 앉고는 하는데
이날도 창가에 앉아서 밖을 보다가 우연히 이 베개 축제를 보게 됐다.
어린 친구들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모두 모여서
얼굴도 모르는 초면인 사람들끼리 베개 싸움을 하는 걸 보고
'와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구나' 생각하며 급하게 사진을 찍고
버스 스탑 버튼을 누른 후 내려서 축제 현장에 더 가까이 들어가 봤다.
내가 내렸을 때는 슬슬 축제가 끝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분위기라서
급히 프라이막(한국의 다이소? 같은 곳이다)에 뛰어가서 베개를 사 올까 고민하다가
뒷북을 칠 것 같아서 포기하고 아직 남아서 열심히 베개 싸움을 하고 있는 몇몇 사람들을 구경했다.
다들 프라이막에서 베개를 사온 후 칼로 베개 한쪽을 길게 찢어서 깃털이 튀어나오기 쉽게 만든 후
상대를 향해 거침없이 내리치는 모습을 보고 여기 더 있다가는 나도 한 대 맞을 것 같아
급히 떨어져서 카메라 줌을 땡겨서 찍었다.
바닥에 깃털과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이걸 다 누가 치우나 했는데
축제가 끝나갈 때쯤 되자 평소 거리를 청소를 해주시는 분들이 오시더니 금방 깨끗하게 치워주셨다.
다음날 오전에 출근했더니 언제 이런 소란스러운 축제를 했나 싶게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아쉽게도 축제 사진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만큼
모자이크의 압박 때문에 많이 올리지 못하고 외장하드에만 고이 보관되어 있다.
그중에서 그나마 모자이크 하기 편한 몇 장만 꺼내보았다.
다시 보아도 너무 귀여운 런던!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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